새옹지마라 했던가… 더 비싼, 더 빠른, 더 특이한 기술을 자랑하던 시절은 가고, 최저가 갱신을 주장하는 제품들이 심심찮게 나오며 그다지 영양가 없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각 언론에선 누가 더 싸다, 누가 더 좋다더라, 마치 광고주에 대한 연분홍 수줍은 고백마냥 연일 뻐꾸기를 날리는 이때, 여론몰이에 휘청하면서도 한편으론 더 멋진놈이 착한 몸값에 나오리라 기대하며 버티는 분들이 계시리라.
이런 달짝지근한 기대를 깨는, 지극히 현실적인 얘길 하자면,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파는놈이 허풍을 덤으로 넘길 뿐. 비싼건 이유가 없을때도 있지만, 싼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따뜻한 곳이라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노트북에 대한 썰좀 풀려 한다. 이미 UMPC에 대한 거론을 한 상태라 이번에는 안주거리로 데스크탑 대체형을 두 놈 풀어놓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창닫기 전에 조금이라도 내려보시라.
사람들은 뭔가 나누는것을 좋아한다.
흑/백, 높고 낮음, 잘남/못남, 회색분자는 갈곳이 없다.
가격도 예외는 아니라서 보통 처음 걸리는 단위가 백만원에서 나뉜다.
고로 백만원 아래에서 그래도 백만원에 가까운 비교대상을 찾아보니 삼성과 후지쓰가 나오더라.
삼성에선 센스 NT-R45/M163 을, 후지쓰에선 LIFEBOOK S7111DCM16 을 시장 최저가 기준으로 약 96만원에 팔고 있다.
백만원을 넘으면 왠지 비싼거 같고, 부품을 그만큼 빼자니 노트북이란 모양이 그럴듯하게 안나올듯한, 소비자의 갈등과 업체의 상술이 적당히 맞물린 가격이 아닌가 싶다.
이 가격이라면 기본적으로 간편한 휴대성, 날렵한 처리속도, 다양한 기능과 자유로운 업그레이드와 같은 다재다능함을 모두 포기한 그저 그런 물건으로 빠지기 쉬운데, 과연 얼마나 입맛에 맞는지 한번 살펴보자.
▶체급
크기는 후지쓰가 작다.
웨이트 세이버까지 동원한 다이어트로 1.82kg 의 착한 몸매를 과시. 이에 비해 삼성은 참으로 넉넉하여 노트북은 휴대용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모니터
모니터는 후지쓰가 14.1" 4:3비율의 1024 X 768, 삼성이 15"에 같은 해상도인 1024 X 768, 코팅방식이야 Super Fine, Super Bright Glare라고 주장하지만 어차피 이름만큼이나 비슷하니 대놓고 비교하지 않는 한 구분하기도 힘들고, 카트라이더를 좀 더 작게 보느냐, 조금 더 시원하게 보느냐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성능
CPU는 Intel Celeron M420과 M380으로 숫자가 큰만큼 M420이 낫다. 클럭부터 캐쉬메모리까진 같은데 FSB에서 후지쓰가 승.
메인칩셋과 그래픽은 940GML과 Radeon Xpress 200M, 내장이라 불리는 놈들한테는 자비심을 배풀 필요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뻔데기 주름을 세자.
▶주변기기 연결 인터페이스
네트웍과 입출력단자는 후지쓰가 승.
Gigabit, 802.11a/b/g에 카드리더와 지문인식기, 섭섭하지 말라고 IrDA까지 얹어준다. 삼성은 802.11a/b/g 로 무선까진 따라갔다가 나머지는 딱 남들 다 하는것만 달았다.
▶기타
그외 하드디스크와 콤보드라이브, 기본 OS는 같다. 이제 남은건 덤을 가장한 부가 부품들.
아무래도 가장 큰 부속물이라 눈에 띄는 가방, 둘 다 기본으로 주므로 노트북 사자마자 가방구하러 다닐 필요는 없겠다. 다만 이것도 돈 받고 파는것이니 가방에 대한 안목이 높거나 노트북≠휴대용 이란 일반 개념과는 다른 분들은 돈아깝단 얘기 나오겠다.
같은 가격대에서 너무도 간단하게 승부가 났다.
절대(큰)화면을 고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삼성 센스 NT-R45/M163는 구매가치가 없다.
단지 기업으로서의 매리트인 서비스센터가 많다는점 빼곤 경쟁모델에 비해 장점도 거의 없고 이름과 달리 센스도 없다.
마치 그냥 라인업을 장식하기 위해 세워놓은 물건이랄까, '이보다는 더 좋은 상위모델들이 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정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언제든 서비스를 받아야만 한다는 분들에겐 추천, 이 외에는 다른 제품들에 애정을 가져보시라.
후지쓰는 일반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몰아넣으면서도 몸만들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체급에서 나름대로 통뼈라 할 수 있으니 100만원 노트북 제품군을 고를때 구매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100만원에서 뽕을 뽑아야 한이 없겠다는 분들에게 추천. '시네마현이 싫어요', 앞 뒤 안가리고 억지부리는 종족이 싫은 분들에겐 보다 튼실한 지갑을 갖추고 넓은 세상으로 나오라고 얘기하고 싶다.
세상엔 백만원짜리 말고도 사야할 노트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