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절기상으로는 봄이 맞으나, 아직 옷을 얇게 입을 여유는 없다. 올해도 겨울이 그냥 가기 섭섭했는지 참 느즈막히도 심술을 부린다. 일년 내내 밋밋하게 보내는 나라에선 우리나라와 같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렸하여 다양한 계절을 즐길 수 있는 점을 부러워하기도 한다지만, 현실이 어디 그렇게 안락한가. 겨우 살만한 봄이 왔나 싶으면 어느새 후덕지근한 여름이 아이스크림과 배탈을 불러오고, 단풍의 낭만에 익숙해질만 하면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게 현실이다. 다음 계절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고생길 훤한 것은 당연지사, 그나마 컴퓨터란 놈은 열만 해결해줘도 별 탈 없이 쓸 수 있으니 사람보다 편한 팔자라 하겠다.
다가올 여름에 대비해서인지 리안리에서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노트북 쿨러 신제품 NC-05 12.1" WIDE 제품을 내놓았다.(12" WIDE 제품은 실버와 블랙을 출시하였으며 리뷰에는 실버제품을 사용) 기본적으로는 기존에 출시된 14" / 15" / 17" 제품군과 다르지 않으나, 와이드가 대세인 노트북 시장의 흐름에 맞춰 12.1" / 14.4" / 15.4" 노트북 쿨러로 제품군의 폭을 넓혔다.
상자를 열면 제품 포장부터 꼼꼼히 신경 쓴 여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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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알루미늄으로 튼튼한 제품이지만 조금이라도 상할까 비닐에 단단한 스펀지로 꼼꼼히 포장했다. 대형 장비도 그자리에서 굴려버리는 활기 넘치는 우리나라 택배과정을 생각할 때 참으로 고마운 구성이라 하겠다. |
표면가공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알루미늄 합금재질에 아노다이징 처리같은 뻔한 부분은 넘어가자. 재질이나 끝마무리같은 완성도도 높지만, 이놈의 특징은 다재다능한 기능성이다.
노트북을 식히는 쿨러에 속하지만 기본 생김새는 노트북 받침이며 보다시피 12" 와이드 노트북과 잘 어울린다. 받침이라면 크기가 넉넉할수록 좋을것 같으나, 노트북 양 옆으로 빼곡한 각종 단자 들은 노트북 받침이 클 경우 오히려 불편하며 받침이 너무 크면 그다지 보기도 안 좋으니 이왕이면 제 크기에 맞는 제품을 쓰는편이 낫다.
2mm 두께의 알루미늄 합금은 어지간한 베어본 시스템도 받힐 정도로 튼튼하다. 생긴것만 생각할때는 단면 모양의 압출제품을 써도 될듯 한데, 굳이 이처럼 절곡한 이유는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강성확보를 위한 것인듯 하며 시중의 상당수 제품들이 압출제품임을 감안하면 꽤나 고집스러운 물건이라 하겠다.
손목받침은 ODD를 단 노트북의 경우, 노트북 두께가 두꺼워 손목받침과의 높이차이로 손목을 잘 받히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ODD가 없는 얇은 제품군이라면 좁은 팜래스트를 보다 넓게 쓸 수 있으며 받침 표면도 우레탄으로 코팅하여 차디찬 알루미늄판에 가슴시린 일도 없고, 까칠한 날 전기적 충격에 몸서리를 칠 일도 없다.
같은 화면크기대의 노트북 제품군은 크기가 비슷하여 폭은 대부분 별 문제없이 맞으나, 위와 같이 배터리만 쑥 내미는 별종은 방법없다. 노트북 받침을 살때는 미리 노트북 크기를 재서 노트북 받침 수입처에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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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각도에서 눈치챈 분들이 있겠지만, 꼼꼼하게 만든다 해도 헛점은 있는 법이다. 보다시피 노트북과 닿는 이 부분이 알루미늄재질 그대로라 노트북 앞이 긁힐 가능성이 있다.
이럴땐 시트지나 스펀지를 덧대면 해결할 수 있으며, 귀찮다면 그냥 테잎을 붙이거나 적당한 종이를 사이에 집어넣어도 되긴 하다. |
노트북 받침을 쓰는 상황이라면 대부분 책상과 같이 고정된 곳에서 안정적으로 쓰는 상황.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데스크탑용 키보드나 모니터에 비해, 부피만을 생각해 낮고 평평한 노트북의 화면높이와 키보드 경사는 불편하다. 모니터와 자판이 딱 붙은 노트북에서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으나, 노트북용 받침은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자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뒷면에는 노트북 쿨러에 맞춰 덧댄 발판을 이용한, 높이 조절기능으로 노트북 사용 각도를 네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손목받침과 함께 노트북 사용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음을 볼 수 있다. 높은 뒷 부분을 기준으로 기본높이 약 42mm 에서 최대 15mm 정도 올릴 수 있다. 어설픈 까치발로 바들바들 떠는 싼티도 안 나고, 쓰기 편한 게이트 방식에 손나사로 노트북 경사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 역시 흔하지 않은 장점이다.
팬그릴은 둘 다 길게 뚫어놨다. 노트북이라 하면 네모 반듯하니 생긴게 비슷비슷해 보여도 실제 열을 해결하는 흡기구 위치는 전부 제각각이다. 고로 적당한 위치에서 공기를 불어넣지 않으면 냉각효율이 꽤 떨어지는데, 통풍구를 노트북에 따라 조절 가능하도록 만들어 어느정도 융퉁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놨다. 팬그릴은 철제로, 알루미늄 타공망도 있긴 하지만 받침으로 쓰기엔 너무 연약해 철을 쓴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도 나오지만 충분한 강성이나 내마모성이 필요한 부분은 알루미늄대신 철제로 꼼꼼히 보강해놨다.
아래 긴 받침에는 앞 뒤로 넉넉하게 네오프렌을 덧대 노트북 받침이 미끄러지거나 밀리지 않도록 잡아준다. 더불어 무거운 노트북과 받침으로 인해 책상에 흠이 생기는것도 막아준다. 이와 함께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때, 혹은 국회와 같은 핏줄 서는 기사를 보고 열받아 내리칠때 조금이나마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팬 케이블은 노트북 쿨러 아래에 그대로 노출하여 뭔가 하나 빠진듯한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덜렁 전선만 늘어놓은게 아닌 홀더와 케이블타이로 정리를 하였으며 케이블은 2핀 커넥터를 이용해 연결, 굳이 인두를 들지 않아도 중간에 팬컨트롤러나 저항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제조시의 편의성을 위한 선택이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선 회로나 팬을 쉽게 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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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쿨러 팬은 2핀 70 X 70 X 15 mm 로 60mm 나 80mm에 비해선 드물지만, AddA정도의 제품이라면 시장에서 구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팬을 고정하는 그릴은 알루미늄. 굳이 이런데까지 알루미늄을 써야 하나 싶긴 하지만, 알루미늄을 고집하는 리안리의 특징이라고 보겠다.
이렇게 펼쳐놓은 사진에서 리안리의 노하우 한가지를 볼 수 있는데 경사조절 받침의 손나사를 고정하는 암나사나, 팬에 추가로 보강한 암나사, 노트북 쿨러 아랫판에 추가로 단 암나사로 충분한 내구성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이정도 두께의 알루미늄판이면 나사탭만으로도 실 사용에 충분하겠지만, 잊지않고 부품 하나하나 내구성을 생각한 꼼꼼함이 돋보인다. |
노트북 쿨러의 팬은 USB 전원을 쓴다. 어차피 컴퓨터 하나만 해도 콘센트가 빠듯한데 노트북 받침까지 어댑터를 들이대면 상당히 피곤할 것이다. 이는 대부분 노트북 쿨러의 추세며, 팬의 소비전력이 그다지 과하지 않고 노트북 받침의 특성상 노트북이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받는다는 점을 고려 하기 때문이다. 옆에는 팬을 끄고 켜는 스위치로, 팬 속도는 고정식. 쿨러가 팬 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점은 단점이나, 팬 소음이 노트북 작동음에 뭍히는 수준이며, 테스트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냉각능력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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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까부터 보이는, 팬 옆에 또아리를 튼 집게 하나. 두 개의 관절과 함께 안테나 방식으로 쉽게 접고 펼 수 있어 손나사로 쉽게 풀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앞의 자리로도 옮길 수 있음은 물론 반대편으로도 달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말보다는 아래 사진을 보자. |
열심히 일할때는 서류도 걸어두고 메모지도 달아놓고, 웬지 일을 하는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데다, 간혹 일과 그다지 연관성이 없는 화면을 살짝 가려줄수도 있다.
신문 정도는 너끈하다. 그런데 복제가 줄었다… 배아복제가 줄었다는 얘긴가?
하필이면 쌀쌀할때 실험하냐? 지금 대한민국 네티즌을 물로 보냐 하실 분들, 여기서는 볶아대도 소용 없으니 불만은 게시판에서 풀어놓자. 자유게시판도 있고 페이지 살포시 내려보면 이메일주소도 이쁘게 찍어놨다.
초여름까지 기다려 적절한 온도에서 테스트를 하면 좋겠지만, 물건은 지금 나왔고, 성능은 확인해봐야 하니 가급적 악조건으로 진행하였다.
노트북 쿨러의 냉각성능은 14" LG LW40으로 실험했다.12" 제품군은 상당수가 메인칩셋 내장 그래픽기능을 이용하는데다 발열문제를 저클럭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하여 노트북 쿨러의 열 처리능력을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좀 철지난 물건이긴 하나 LW40을 선택하였다. 생긴것 만큼이나 뚝심 하나로 버티는 놈으로, ATI Mobility Radeon X600으로 겨울 내내 전기장판 노릇을 톡톡히 하였기에 이번 시험 대상으로 삼았다. 보다시피 노트북 쿨러에 비해 크며, 14" 나 14.4" 와이드용 노트북 쿨러도 있으니 이런 모험은 하지 말자. 보기도 안 좋고 노트북도 고생이다.
이번에는 최대한 열을 내도록 바이오스에서 silent 모드로 설정 뒤 노트북에서 가장 뜨거운 가운데 통풍구 안쪽 방열판에 온도센서를 찔러넣고 테스트를 하였다. 위치상 노트북 쿨러의 팬 영향을 덜 받는데다 안쪽이기 때문에 일부 부품의 온도하락 보다는 노트북 전체적인 온도하락을 확인하기 쉽다. CPU와 그래픽 칩셋을 따끈하게 데우기 위해 3DMark06을 테스트시간동안 돌렸다.
*위 결과값은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테스트 당시 실내온도는 23.5도. 일반적인 사무 환경에서 부팅 후 30분동안은 41도까지 오른 다음, 윈도화면상에서 약 42도를 유지하였다. 테스트시간 40분부터 3DMark06을 실행, 20분 후 46.7도까지 올랐으며 이 쯤 되면 노트북 방열구에선 따뜻함을 넘어 제법 뜨뜻한 열기가 나온다.
다시 노트북을 식힌 뒤, 이번엔 노트북 쿨러를 적용하여 테스트. USB 연결 후 팬을 가동한 상태며, 노트북을 켜기전 온도는 같으나 전원을 켠 다음 10분부터 차이가 난다. 이는 노트북 아래의 환경이 바뀐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일반적인 파티클보드에 나무무늬 필름을 씌운 책상은 제법 보온 효과가 있는 편이라 노트북 아래 열을 담아두기 좋다. 이에 비해 상온의 알루미늄 노트북 쿨러는 재질 특성과 함께 팬 가동으로 노트북 아래 쌓인 열과 주위의 잔열이 적은 편이다. 이번에도 테스트 40분부터 3DMark06을 실행하였으나 온도 변화는 이전보다 적었으며 3DMark06 실행 20분 뒤 40도가 안 되는 기록을 남겼다. 노트북 쿨러 없이 윈도화면상에서만 42도를 유지하던 노트북이 노트북 쿨러를 깔고 3DMark06을 계속 실행하면서 40도 미만에 머무른다는 점은 노트북 안정성에 상당한 장점이 된다.
노트북사용자들은 다 알겠지만, 열로 인해 말썽을 일으키는 노트북은 뒤에 적당한 두께의 지우개를 받혀 노트북 바닥을 띄우는것 만으로도 꽤 효과가 있다. 그러나 노트북 받침을 쓸 정도라면 집이나 사무실에서 보다 편하게 쓰는게 주 목적이며 간이로 쓸 어설픈 저가 제품보다는 조금 비싸더라도 쓸만한 물건을 찾기 마련이다. 시장에는 노트북 쿨러나 받침으로 단 몇천원짜리 방열판부터 6만원이 넘는 다양한 제품들이 있으며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우지만, 일부 기능만을 특화시킨것이 아닌 높은 완성도에 다양한 편의성까지 고려한 제품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쓰면 쓸수록 어릴적 가지고 놀던 과학상자가 생각난다. 당시로선 만만치 않은 가격에 쉽게 벗겨지는 칠과 도금, 무거우면서도 제멋대로 휘는 연철과 같은 조악함으로 애들 장난감으로서는 문제가 많은 물건이었다. 그러나 원조인 메카노의 다양한 가능성만큼은 그대로 흉내낸 물건으로, 몇가지 규칙적인 모양의 부품을 나사로 고정하고 톱니바퀴를 달고 모터를 달아 움직이던 꽤나 산업적이고 건설적인 냄새를 풍기던 장난감이었다. 이에 비해 리안리 노트북 쿨러는 충분한 완성도와 함께 메카노 못지않은 잔 재미가 곳곳에 배어있다. 스패너나 드라이버 없이도 자주 쓰는 부분은 손나사로 조절할 수 있고, 팬과 같은 부품은 시중의 다른 제품으로 개조 가능하다. 실용성은 물론 가지고 노는 재미까지 있는 물건은 흔하지 않으며, 이 기능들을 다 쓸 일은 없다고 하더라도 안되는것과 안 쓰는건 많은 차이가 있다. 게다가 기존 노트북 받침이 맘에 안드는 욕심많은 사용자라면 맘대로 손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뚜껑 딱 덮어버리고 만들어놓은대로만 곱게 써라 하고 담 쌓은 물건들과는 종류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