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EP-1을 기억하는가. 뛰어난 음질과 우수한 디자인으로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그 작품. 사실 본 필자가 생각하는 삼성의 이어폰이란 EP-1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금도 중고로 팔아버린것을 후회하는 유일한 이어폰. 당시 출시되었던 그 어느 이어폰보다 아쉬움을 많이 남겼던...
그랬던 삼성이 다시 이어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제품은 꾸준히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중저가형 라인업 위주였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지금 리뷰할 EH600을 비롯한 중고가형 제품들까지 출시하여 비교적 잘 갖춰진 라인업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휴대용 포터블 음향기기의 사운드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나 이어폰이다. 기기의 음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이어폰이 좋지 못하면 실제로 사람의 귀에 좋은 사운드가 들려올 리 없다. MP3P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이런 쪽의 비중이 그닥 높다고 할 수 없는 삼성 역시 MP3P를 개발하면서 이어폰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이는 과거 소니가 워크맨 사업이 호황일때 이어폰을 직접 개발하기 시작한 것을 연상케 한다.
그런 가운데 우연찮게 이 EH600을 리뷰할 수 있게 되었는데, EP-1에서 보여주었던 삼성의 그 뛰어난 퀄리티를 다시 한번 느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EP-1과는 달리 반커널 형태의 구조이고 가격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지만 그 사운드 퀄리티 면에서 보자면 EP-1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될 정도의 뛰어남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EH600의 성능은 어떨지,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모델명 |
SAMSUNG YP-EH600 |
형식 |
하이브리드 (Open-Air, In-Canal) |
감도 |
16~22,000Hz |
최대허용입력 |
40mW |
임피던스 |
32Ohm |
드라이버타입 |
다이나믹 |
드라이버크기 |
14.3mm |
코드 |
1.1m, Y타입 |
패키지사이즈 |
70 x 142 x 30mm |
무게 |
12.7g |
전체적으로 블랙 컬러의 심플한 멋을 풍기는 디자인이라 하겠다. 이어폰의 하우징은 하이그로시 재질로 쉽게 광택을 느낄 수 있으며, 스피커 부분에 은색 링을 둘러 단조로움을 최소화 했다. 전체적인 형태는 반커널 형태로 커널형의 차음성과 오픈에어형의 큰 진동판에서 오는 음질 향상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형태. 소니의 EX90으로 첫 선을 보인 이 형태는 현재 많은 이어폰 제조사들이 채용하고 있어,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오픈에어와 커널의 중간 형태이다.
▲ 노즐 부분 옆에 5개의 덕트를 마련해 두었다.
부싱에는 세로로 긴 덕트게 눈에 띈다. 하우징에 작은 덕트를 내지 않은 대신 부싱에 큰 덕트를 하나 뚫어 놓은 점이 이채롭다. 그외에 부싱에는 섬세한 헤어라인 재질로 마감하였고, 삼성 로고 또한 음각 처리만 하였을 뿐 도색을 하지 않아, 귀에 착용했을 시 전체적으로 은근한 멋을 풍기게끔 디자인 되어 있다.
▲ 섬세한 헤어라인 처리와 음각된 삼성 로고가 단정한 멋을 풍긴다.
▲ 상당히 길면서도 곡선화된 부싱이 인상적이다.
이어폰의 코드는 상당히 독특한데, 은색 코드 위에 회색의 피복을 입힌 모습으로 일단 디자인적인 면에서 상당히 멋스럽다. 또한 이런 재질을 사용함으로 해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이어폰의 선 꼬임을 상당부분 해소했다는데에서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그에 비해 선 분기나 플러그의 디자인은 다소 평범하다.
▲ 이어폰으로써는 독특한 코드 재질이다.
▲ 선이 좌우로 갈라지는 분기 부분.
▲ 플러그는 별다른 특징 없이 평범하다.
다만 패키징에서 아쉬운 부분을 드러냈는데, 박스 디자인이나 구성품 등의 측면에서 볼때 가격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쓰는데 큰 불편함은 없으니 문제는 없지만, 이런 패키징에도 조금 더 세심함을 발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포장은 평범한 수준. 조금 더 멋을 부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단촐한 패키징이지만 필요한 물품은 모두 갖추어져있다.
이어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운드. 실제로 다양한 음악들을 통해 테스트를 해 보았다. 사용기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ZUNE HD와 삼성의 YEPP YP-M1을 사용하였으며, ZUNE HD를 통해 무손실 음원까지 테스트 할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느낀 첫 인상은, 상당히 밸런스 지향의 차분한 사운드라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는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시한다면 이런 사운드가 좋다고 느껴지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어폰으로는 약간 두툼한 사운드를 재생하는데, 특히 저음역의 재생력이 탁월하다. 약간의 착색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EH600의 특색 정도로 봐줄만 하며, 정위감이나 퀄리티 모두 만족스럽다. 흔히 진동판을 채용한 다이나믹 타입의 이어폰이 재생하는 저역의 다이렉트한 느낌과는 조금 다른 점이 상당히 묘하면서도 재미있게 들렸다.
필자는 저음역의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을 상당히 중시하는데, 이런 점에서는 다이나믹형 이어폰에서는 상위급에 랭크 시킬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타격감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양적인 측면에서도 만족스럽다는데에서 이 가격대의 사운드 퀄리티를 뛰어넘는 느낌마저 들었다. 다만 타격감이 두툼한 것은 맞지만, 에너지감을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한 점은 아쉬운 점.
눈을 지긋이 감고 들어본다. 소리를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스테이징감이 상당히 넓게 형성이 되는데, 이 덕분인지 보컬 영역은 약간 마스킹 된 느낌이랄까, 한발짝 물러난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느낌이 전체적인 사운드의 분위기를 두툼하면서도 차분하게 느끼게 하는 주된 요인이 아닐까 한다.
분리도 또한 수준급으로 상당히 섬세한 사운드를 재생하지만, 사운드의 밀도감은 상대적으로 조금 쳐지는 느낌이다. 쉽게말해 세세하게 분리하는 수준은 뛰어나지만, 그것을 조화롭게 다시 뭉치는 능력은 조금 부족하다고 할까?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가 사용하고있는 하이 퀄리티의 헤드폰/이어폰들과의 비교일 뿐이며 EH600 자체의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가격대를 뛰어넘는 고퀄리티의 사운드임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보아도 상당히 고음질지향의 이어폰이다. 사운드 성향으로 미루어 본다면, 클래식이나 어쿠스틱, 그리고 남성 보컬에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이런 류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 EH600의 사운드가 아주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맑고 투명한 느낌을 추구하거나, 여성 보컬을 즐겨 듣는다면 EH600이 들려주는 사운드 성향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두툼한, 조금 짙은 듯한 사운드를 재생하기 때문에, 맑은 느낌보다는 진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단하다.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번 EH600 리뷰를 통해 EP-1에 얽힌 필자의 삼성이어폰에 대한 좋은 기억을 다시한번 되살리게 해준 좋은 기회였다. 시중 가격이 현재 45000원정도에 형성되어 있는데, 이 가격대에서 이런 사운드를 재생하는 이어폰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이 크다.
물론 조금 부족한 패키징과 구성품이 불만족일 수는 있지만, 대신 뛰어난 사운드 퀄리티로 보답해 주는 이어폰이다. 사운드 퀄리티 하나로만 보자면 10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도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이니, 다소 부족한 패키징과 구성품은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다. 실제로 사용에 불편함을 주는것도 아니니 말이다.
삼성. 브랜드 파워로 보자면 최고의 이어폰을 생산할 것 같지만 실제로 삼성의 이어폰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SHURE, Ultimate Ears, 오디오테크니카, 소니 등 기존의 강자와 함께, Atomic Floyd같은 신흥 강자까지 이어폰 시장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Atomic Floyd의 경우 새로운 브랜드임을 무색케하는 훌륭한 퀄리티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삼성의 이번 이어폰 라인업도 다소 평범하고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EH600을 리뷰하며 삼성 이어폰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폰의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는 "음질"이다. 패키징이 아무리 좋고 디자인이 뛰어나도 "음질"이 좋지 못하면 그것은 이어폰으로써의 제값을 다 하지 못하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의 이어폰들은 기본적으로 사운드 퀄리티가 그 가격의 수 배 이상을 해주고 있으니, 삼성의 이어폰들은 이어폰의 "본질"을 정확히 지키고 있다고 하겠다.
앞으로 삼성 이어폰의 전 세계적인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