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형광등. 키보드와 마우스의 재잘거림 속에 이따금 끼어드는 전화벨 소리. 드물게 튀어나오는, 게임 소리와 이에 이어 엉겁결에 재부팅하는 소리.
굳이 우울하게 연출하지 않아도 한 단계 침착(?)해지는 정겨운 사무실 환경.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집보다 오래 머무는 밥벌이 터전이며, 때에 따라선 제 2의 주거지다. 집에 아무리 좋은 슈퍼컴퓨터가 있다 하더라도 실상 많이 매만지는 놈은 바로 눈 앞의 요 놈들이다. 허나 일이란게 사무실 안에서만 곱게 하란 법도 없어서, 무겁게 든 서류가방 안에 노트북까지 더 우겨넣고 보다 무거운 짐을 둘러맨채 바삐 움직여야 한다.
매번 늘어놓는 가격타령에서 벗어나서 이번엔 사무실은 물론 밖에서 굴려보라는 노트북을 한 번 비교해볼까 한다.
사무용 노트북이라면 -오래전 천만원을 넘어선 기록도 있는- 사장님 노트북으로 알려진 IBM의 ThinkPad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업체들이 새로운 기능이나 멋진 생김새 등을 내세워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동안에도, IBM 특유의 알록달록한 엠블럼에 각잡은 깜둥이를 고집하고 있다. 이 중에서 사무실에 놔둘 물건을 고르라면 대부분 IBM T시리즈를 떠올리겠지만, 휴대성을 생각하면 X시리즈만한게 없다.
실용성보다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소니에서 이례적으로 사무용이라 홍보한 제품이 VGN-G115LN/B 이다. 직장인들한테는 회사 = 어둠, 암흑 이 통하는지 노트북도 검은색, 홍보사진 모델도 검은옷, 하다못해 홈페이지 제품설명에도 검은 양복아저씨들을 쭉 깔아놨다. 다른 업체의 비즈니스 제품들과 달리 고급화로 차별화 하겠다며 만만치 않은 가격에 LED 백라이트 화면이나 사무용으로선 이례적인 무게, 긴 사용시간 등 소니가 제법 공들인 제품이다.
그럼 비교 모델을 고를 차례. 소니는 딱 하나, 그저 파는대로 알아서 쓰라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역시 소니답다. 그에 비해 레노버는… 많다. 이정도면 제품군이 다양한 정도를 넘어 혼란스럽다. CPU 메모리 하드디스크 다 제멋대로고 살 사람은 알아서 잘 골라가라라는 재래시장같은 분위기는 좀 정리 할 필요가 있다. 겨우 겨우 골라 X60s 1705-7NK. 백만원 중반의 제품과 이백만원대 제품을 비교하는게 어울리지 않을수도 있지만, 제품 성격과 성능이 비슷하며 기존 강자와 도전자의 입장에 선 두 제품을 한 번 훓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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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Pad X60s 1705-7NK |
VAIO VGN-G115LN/B |
Intel Core Duo processor L2400 |
Intel Core Solo Processor U1500 |
1GB DDR2 667MHz |
1GB DDR2 |
12.1" / 1024 X 768 | |
Intel GMA950 |
Intel GMA950 |
120GB (2.5” S-ATA) |
80GB (1.8”) |
10/100/1000Mbps |
10/100Mbps |
268 X 211 X 22 mm |
277 X 215 X 23.5-25.5 mm |
Windows Vista Vista Home Basic |
Windows Vista Business |
▶화면과 덩치
해상도와 화면 비율은 1024 X 768 에 4:3으로 같다. 와이드가 평정하는 시대지만 문서작업, 하다못해 웹서핑이라도 할라 치면 양 옆으로 긴것보다 위 아래로 긴게 왜 편한지 알게 된다.
대신 LCD 코팅과 백라이트로 좋고 싫음이 분명히 나뉜다. LED 백라이트에 표면 코팅으로 선명한 소니와 기존 방식의 X60s, 소니가 더 선명하고 보기 좋으며 어디 밖에라도 들고 나가거나 사무실 조명이라도 밝으면 X시리즈의 LCD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화면은 소니 승.
두 제품은 서브노트북 중에서도 ODD 없이 군살 다 뺀 체급으로, 비로소 노트북 답다고 할 수 있는 제품들끼리의 비교기가 됐다.
두 노트북은 비교적 크기가 비슷하나, X60s가 1.5kg을 좀 넘는 무난한 수준임에 비해 소니는 겨우 1kg 문턱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 여기에 소니는 충전 어댑터까지 크기와 부피를 줄여 휴대성 역시 소니가 앞선다.
▶생김새와 만듦새
언제나 네모 반듯한 ThinkPad, 소니도 이번에는 화려함대신 비교적 차분하게 만들었다. 둘 다 눈에 거슬리는 어설픈 장식도, 쓸데없는 잡선도 없이 깔끔하여 맘 가는대로 선택하면 되겠다.
편의성은 좀 차이가 나는데, 전과 마찬가지로 레버를 밀어야 화면이 열리는 X시리즈와는 달리 소니는 휴대전화처럼 그냥 화면을 들어올리면 된다.
튼튼함에 있어선 반대로, 이전 ThinkPad 시리즈만큼은 아니지만 약해뵈는 구석 없는 레노버에 비해 소니는 휘청거리는 LCD로 불안하게 만든다. 탄소섬유재질과 함께 각종 테스트사진 등으로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손으로 대충 접었다 폈다 쓸 노트북이 아니라 두 손으로 고이 다뤄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두께와 무게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결과며 외부 충격에는 딱딱한것보단 부드러운게 유리하다. 그러나 맘 편하게 쓰려면 X 시리즈가 낫겠다.
▶성능과 업그레이드
내장 그래픽은 비교 자체가 의미 없고, CPU는 레노버가 조금 낫다. 다만 워드프로세서 정도로는 차이를 느끼기 힘들고, 동영상 여럿 띄워놓고 플래시게임이나 많이 돌려야 차이가 날 터, 일하다 걸리면 띄워놓은 프로그램만큼 시말서를 써도 모자랄 테니 퇴근 전까지는 딴 생각하지 말자.
메모리는 둘 다 1GB, 그러나 확장성에서는 차이가 크다. X60s가 메모리 소켓 2개에 최대 4GB까지 업그레이드가 되는데 비해 소니는 메모리슬롯 하나에 최대 1.5 GB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1.5GB 모듈이 없으니 사실상 업그레이드가 안 된다는 소리.
하드디스크 역시 용량차이와 함께 2.5" S-ATA 로 X60s가 낫다. 1.8" 하드디스크는 히타치나 도시바나 호환도 안되고 시중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으므로 당분간은 그냥 놔두는 편이 속편하다.
사용시간은 소니가 앞서는데, 배터리 하나로 최대 11.5시간을 자랑하는만큼 아무리 못해도 일반적인 노트북보다 2배 이상은 쓸 수 있다고 봐야 한다.
X60s 가 소니에 비해 사용시간이 짧은 편이나 만만찮은 사용시간으로 알려진데다 추가 배터리옵션이 다양한만큼 사용시간에 있어 소니에 크게 밀리지는 않는다.
배터리 사용시간의 경우 휴대 위주라면 소니가 무조건 승. 사무실 겸용이라면 소니가 우위인 상태에 다양한 추가배터리를 등에 업은 X60s가 바짝 쫓는 상황.
▶기타 지원기능과 OS
입력방식은 IBM 고유의 트랙포인트와 일반적인 터치패드로 나뉘며 각자 장단점이 있는만큼 손에 익은 입력장치를 선택.
블루투스까지 지원하는 유/무선 네트웍은 거의 같으며, X60s가 기가비트를 지원하므로 다른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에 물려놓고 대량의 파일작업을 할땐 좀 더 낫다.
OS는 비스타에서 조금 다른데, 레노버가 홈베이직을 쓰는데 비해 소니는 제품 컨셉에 맞춰 비즈니스를 준다. 둘 다 지금 쓰기엔 XP만 못한 상황이지만, 이왕이면 홈베이직보단 비즈니스가 나을테니 이점은 소니가 좀 더 돈을 들였다.
▶그래서 결론은
종합적으로 볼 때 업무용이나 간단한 프로그램 정도로 쓸 휴대성 좋은 노트북(좀 길다)은 X60s가 더 낫다.
가격을 떠나서, 기본적으로는 두 노트북이 비슷한 성격에 거의 비슷한 성능을 갖췄으나, 소니가 보다 밝고 선명한 화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전원기술로 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업그레이드 편의성과 같은 실용성에서 X시리즈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X 시리즈는 비교적 고급의 서브노트북을 유지했으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낮은 가격대로 내려왔으며, IBM 특유의 한듯 안 한듯한 기능추가와 탄탄한 기본기로 거의 백만원에 가까운 가격차의 소니제품을 눌렀다.
근래들어 노트북 제품군이 기능별, 가격별로 다양해지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나, 아직 국내 시장에는 ODD 없는 4:3 화면비의 서브노트북이 흔하지 않은만큼 X시리즈는 당분간 제 자리를 지킬것으로 본다.
노트포럼 | 김지훈 | kxe@notefor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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